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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어아사송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26-10-23 08:3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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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할까?’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드라피에(Drappier)' 인터뷰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박으로 포도를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수확 시기를 늦추고, 와인의 산화를 막는 아황산염 사용을 줄이기 위해 까다로운 양조 과정을 거친다. 수확량이 적고 재배하기 어려운 오래된 포도 품종으로 소량의 샴페인을 만들기도 한다. 효율만 따지면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방법들이다.
지난 10월 14일 오전, 서울 신사동 CSR테이블에서 만난 말로 르 메스트르(Malo Le Mestre) 드라피에 글로벌 수출 디렉터는 이러한 선택의 배경으로 가족을 꼽았다. 그가 드라피에에 합류한 이유도 가족이 직접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만든다는 。 때문이었다. 그에게 드라피에는 단순한 샴페인 브랜드가 아니라 한 가족의 이름과 역사가 이어지는 곳이다. 1808년 프랑스 샹파뉴 남부 우르빌에서 시작된 드라피에는 8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7대 미셸 드라피에와 8대 휴고 드라피에가 양조를 이끌고 있다. 말로에게 드라피에가 남들과 다른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말로 르 메스트르 드라피에 글로벌 수출 디렉터가 '드라피에'의 양조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씨에스알와인
Q : 가족 경영이라는 .이 드라피에에 합류한 이유라고 했다. 어떤 .이 특별했나.
“가족이 소유한 샴페인 하우스와 가족이 직접 운영하는 샴페인 하우스는 다르다. 드라피에에서는 가족이 포도밭에 나가 땅을 관리하고 포도를 재배한다. 와인을 만들고 블렌딩을 결정하는 것도 가족의 몫이다. 미셸 드라피에에 이어 아들 휴고가 와인메이커로 활동하고 있고, 다른 가족들도 저마다 역할을 맡고 있다. 앙투안은 포도밭의 생물다양성을 관리하고 말을 이용해 땅을 경작한다. 샤를린은 건축가로 활동하며 샴페인 라벨을 디자인하고 가족이 운영할 숙박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함께 일한다는 .이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가업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내게 그런 가족과 함께 일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샤를린 드라피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제작한 브랜드북의 한 페이지. 드라피에의 대표 샴페인들을 담았다. 샤를린은 샴페인 라벨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샤를 드 골 브륏NV로 샤를 드골 대통령이 사랑한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씨에스알와인
Q : 드라피에는 피노 누아를 특히 강조한다. 다른 샴페인 하우스와 어떤 차이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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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피에가 자리한 코트 데 바르는 샹파뉴 남부에 있다. 북부 샹파뉴와는 토양부터 다르다. 이곳에는 키메리지안이라는 석회질 토양이 분포하는데, 부르고뉴 샤블리에서도 볼 수 있는 지질이다. 포도알이 상대적으로 작고 풍미가 응축돼 있어 풍부한 질감의 와인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 코트 데 바르는 피노 누아를 주로 재배하는 곳으로, 드라피에 역시 포도밭의 약 70%에서 피노 누아를 재배한다. 대표 샴페인인 카르트 도르에는 피노 누아가 80% 들어간다. 하지만 단순히 피노 누아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 품종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 휴고는 자신을 와인메이커라고 말한다. 자신이 만드는 와인에 기포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포는 와인의 맛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돋보이게 해야 한다. 미셸과 휴고 모두 부르고뉴 본에서 양조를 공부했다. 드라피에가 샴페인의 기포보다 와인 자체의 풍미와 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에도 이러한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드라피에를 좋아하는 고객 중에는 부르고뉴 와인 애호가도 많다.”
Q : 피노 누아를 주변 생산자보다 늦게 수확한다고 하던데, 이유가 있나.
“포도가 나무에서 충분히 익도록 기다리기 위해서다. 수확 시기를 조금 늦추면 포도 자체의 당도가 높아지고 산도는 낮아진다. 과실의 풍미도 풍부해진다. 우리는 도사주(당분 첨가량)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넣지 않는 샴페인을 만들기 때문에 포도 자체의 균형이 중요하다. 물론 위험할 수 있다. 며칠 더 기다리는 사이 우박이 내리거나 날씨가 나빠질 수 있다. 포도를 모두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풍부한 과실감과 균형 잡힌 피노 누아를 얻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포도밭에서 얻은 맛을 최대한 그대로 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Q : 당분뿐 아니라 아황산염 첨가도 최소화한다. 산화 위험은 어떻게 관리하나.
“아황산염은 와인의 산화를 막는 역할을 한다. 드라피에 가족은 아황산염에 민감한 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일반적인 드라피에 샴페인의 아황산염 함량은 리터당 약 30㎎ 수준이다. 2005년에는 아황산염을 첨가하지 않은 샴페인도 선보였다. 대신 양조 과정에서 산소와 접촉하는 일을 최대한 줄인다. 포도밭이 압착 시설 가까이에 있어 수확한 포도를 빠르게 압착할 수 있다. 압착한 포도즙은 펌프 대신 중력을 이용해 이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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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장 탱크도 위에서 붓지 않고 아래에서부터 채운다. 와인이 산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병마개를 닫기 직전에도 차별화된 노하우가 있다. 샴페인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거품이 올라오는데, 이를 이용해 병목에 남은 공기를 밀어낸다. 이런 작은 과정들이 모여 산화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산화된 풍미의 샴페인이 아니다. 아황산염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와인의 신선함과 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적게 사용해도 가능하다면 굳이 더 넣을 이유가 없다.”
말로 르 메스트르 디렉터가 드라피에의 친환경 양조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드라피에는 아황산염 사용을 줄이고 중력을 활용해 와인을 이동시키는 등 양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진 씨에스알와인
Q : 오래된 포도 품종을 계속 재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생산 효율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오래된 포도 품종 가운데는 수확량이 적거나 재배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그래서 。차 사용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생산 효율만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나는 와인 양조가 예술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화가에게 아홉 가지 물감이 있는데 빨강, 노랑, 파랑 세 가지 색만 사용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세 가지 색으로도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아홉 가지 색이 있다면 훨씬 다양한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샴페인도 마찬가지다. 품종마다 맛뿐 아니라 질감과 구조감, 여운이 다르다. 우리는 아르반, 프티 멜리에, 피노 블랑 등 오래된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이들 품종을 사용하는 것은 단지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각각의 품종이 샴페인에 더하는 개성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샹파뉴에는 수많은 생산자가 있다. 모두가 같은 품종으로 비슷한 샴페인만 만든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다양성이야말로 샴페인의 매력이다.”
Q : 이번 한국 방문에서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샴페인이 있나.
“그랑 상드레(Grande Sendrée) 2015다. 드라피에를 대표하는 최상위 샴페인으로, 매년 생산하지 않는다. 가족이 포도의 상태를 보고 생산 여부를 결정한다. 특정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사용하고 오크에서 양조하며, 완성까지 약 9~10년이 걸린다. 지난번 한국 방문에서는 2012년 빈티지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2015년 빈티지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빈티지마다 특징이 다르고 생산량도 제한적이어서 수집가들에게도 의미 있는 샴페인이다. 그랑 상드레라는 이름에는 우르빌의 역사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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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마을에 큰 화재가 발생한 뒤 포도밭이 재로 뒤덮였는데, 이곳을 가리키던 이름에서 유래했다. 드라피에가 포도밭의 역사와 개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샴페인이다.”
Q :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등 유명인이 즐겨 마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셰프와 작가, 배우 중에도 드라피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도 드라피에를 즐기는 유명인이 있다. 다만 가족끼리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어 모든 이름을 공개할 순 없다(웃음). 프랑스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맞은편의 한 박물관 카페에서는 카르트 도르를 제공한다. 프랑스의 공식 행사나 중요한 만찬에서도 드라피에 샴페인이 선정된 적이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샴페인이 그런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Q :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매우 흥미로운 시장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많다. 어떤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마셔온 와인만 고집하기도 한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새로운 품종이나 생산자, 다른 스타일의 와인을 경험하는 데 적극적이다. 드라피에처럼 개성이 뚜렷한 샴페인을 만드는 하우스에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과 프랑스는 문화적으로도 닮은 。이 많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음식을 즐기고 사람들과 모여 식사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번 방문에서는 고급 레스토랑뿐 아니라 수산시장에도 갔다. 신선한 해산물을 먹으며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한 것도 즐거웠다. 샴페인은 반드시 격식 있는 자리에서만 마시는 술이 아니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는 것도 좋지만, 일상에서 친구나 가족과 함께 나누는 것 역시 샴페인의 즐거움이다.”
말로 르 메스트르 디렉터는 "한국 소비자들이 새로운 품종과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경험하는 데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씨에스알와인
Q : 세계적으로 주류 소비가 줄고 있다. 드라피에도 이러한 영향이 실감나는지.
“현재까지는 프랑스와 유럽, 수출시장을 종합했을 때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소비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도 건강을 생각해 술을 덜 마시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시는 횟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좋은 와인이나 샴페인에 대한 관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더 적게 마시더라도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샴페인 한 병에는 3년, 4년, 10년, 때로는 30년에 걸친 노력이 담겨 있다. 샴페인을 마시는 사람들은 단순히 알코올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맛과 감동, 시간을 경험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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