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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차한살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26-10-2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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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발리의 바롱(왼쪽)과 랑다 가면. 공동체를 지키는 수호의 힘 바롱과 흔들고 무너뜨리는 힘 랑다는 어느 한쪽도 완전히 이기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두 가면 모두 신성한 풀레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 /한-아세안센터 제공 실은 옷이 되기도, 역사가 되기도 한다. 나무는 인간을 위한 도구로 제 몸을 내어줬다가, 다른 곳에서는 악기로 만들어져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에 사람이 시간을 보태는 일. 공예는 그렇게 땅과 사람을, 생활과 예술을, 어제와 내일을 잇는다. 지난 9월 17일 전북 전주의 한국전통문화전당에 문을 연 ‘전주 아세안홀’은 그 연결의 풍경을 펼쳐놓은 공간이다. 한옥마을에서 걸어서 10분 남짓. 한지와 한복, 한식의 도시 한복판에 동남아시아 11개국 장인들의 손이 만든 70여 。이 상설 전시되는 약 628㎡(약 190평)의 공간이 생겼다. 한국과 아세안 정부가 공동 설립한 국제기구 한-아세안센터가 서울(2009년), 제주(2022년)에 이어 세 번째로 만든 공간이자, 호남권에서는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동티모르가 아세안의 11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진 이후, 11개국의 대표 문화유산을 한자리에 모은 첫 전시이기도 하다. 개관전의 제목은 ‘아세안, 시간을 잇는 손(ASEAN: Where Hands Bridge Time)’. 국가별 부스를 늘어놓는 ‘박람회’ 대신, 가면과 몸·자연과 형태·재료와 소리·빛과 그림자라는 네 개의 장(章)으로 11개국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었다. ◇바늘로 쓴 역사, 베틀로 짠 시간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독립한 지 이제 24년 된 ‘젊은 국가’ 동티모르의 ‘타이스 페토(Tais Feto·여성용 전통 의상)’가 시선을 끈다. 핑크와 마젠타(붉은 자주)색의 이카트(Ikat·실을 먼저 묶어 염색하는 동남아시아의 염색 기술 방식으로 만든 직물) 줄무늬로 된 제품으로, 염료와 실 모두 땅에서 났다. 동티모르의 전통 직물 타이스는 2021년 유네스코 ‘긴급 보호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랐다. 릴게임다운 전승자가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올 3월 센터 측은 현지 고위 관계자들과 문화 관광 확대 방안 등과 관련해 답사를 하며 이 천을 구입해 왔다. 한 필 짜는 데만 한 달여 걸리는 고된 작업. 베 짜는 장인들이 산속 깊숙이 살아 ‘탐험’에 가까운 탐방을 통해 귀하게 ‘모셔온’ 직물이다. 무형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기록하고,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같은 식물 섬유라도 짜이느냐, 겹쳐지느냐, 꿰매지느냐에 따라 다른 형태로 재창조된다. 맞은편에는 라오스 몽족의 ‘자수 기록화(Hmong Embroidery Story Cloth)’가 걸렸다. 문자를 갖지 못했던 산악 민족이 바늘로 쓴 역사책이다. 마을과 논, 짐승과 전쟁, 국경을 넘는 행렬이 한 땀 한 땀 수놓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디자인·아트 명문 리즈디(RISD) 미술관과 미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같은 서구 기관이 수십 년 전부터 수집해 온 장르다. 라오스 몽족 자수 기록화. 전통 바느질 기술 '파즈 나우(paj ntaub)'로 마을의 일상을 한 장의 천에 수놓았다. 그 곁의 브루나이 ‘타키딩(Takiding)’은 등나무와 대나무를 엮은 바구니다. 현장에서 직접 들고 메 볼 수도 있어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화려한 색상과 수공예 기술 덕에 언뜻 럭셔리 브랜드의 체크 무늬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가죽을 엮어서 만드는 기법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는 작업물이다. 생활 물품과 예술품 사이의 경계가 。차 희미해지는 것은 자연을 이용해, 손수 해내는 삶이 곧 장인 정신의 길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면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신화들 ‘가면의 방’에서 만나는 가면들은 장인 정신과 유희적 의미 그 이상을 내포한다. 토속 신앙과 종교적 세계관, 건국 설화까지 방대한 이야기가 정교한 수작업으로 촘촘하게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대표하는 ‘바롱’과 ‘랑다’ 가면이 대표적. 사자를 닮은 붉은색 얼굴에 날카로운 흰 송곳니, 검은 턱수염을 가진 바롱은 선한 수호신. 릴게임골드몽게임 이에 대립하는 악의 상징 랑다는 부풀어 오른 눈에, 부슬부슬 헝클어진 긴 머리, 거대한 송곳니, 길게 늘어진 혀를 지니고 있다. 익살스러워 보이다가도 보고 있으면 왠지 가면이 호통을 칠 것 같다. 한-아세안센터 측이 발리에서 3대째 가면을 제작하는 장인에게 직접 의뢰해 공수해 왔다고 한다. 보통은 선한 영혼의 성스러운 쪽을 선호하고 응원하기 마련. 하지만 현지의 전통 가면 무용극 ‘바롱 댄스’에선 선과 악 어느 한쪽이 완전 소멸하지 않고 우주적 균형을 이루며 공존한다. 우리의 음양사상과 비슷한 그들의 핵심 철학인 르와 비네다(Rwa Bhineda) 때문이다. 전주 아세안홀에서 두 가면이 함께 전시되는 이유다. 태국의 그림자극 ‘낭 야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물질을 예술로 바꾼다. 물소 가죽을 말려 송곳과 끌로 뚫어 조각하고 채색한 대형 평면 인형에 빛과 사람의 움직임이 더해진다. 조종자는 가죽 판을 머리 위로 들고 전통 무용을 추며 이야기를 펼친다. 태국 전통 그림자극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사원인 왓 카논(Wat Khanon)의 장인이 직접 제작한 작품이다. 인도 고대 대서사시 ‘라마야나’에 등장하는 주인공 라마 왕자와 그의 충실한 신하이자 동반자이며 고대 소설 ‘서유기’ 캐릭터의 원형이 된 원숭이 장군 하누만의 일대기를 비롯해 태국 건국 설화 라마끼엔 이야기 등이 각각 작품에 새겨져 있다. 장인의 칼끝에서 시작된 선이 공연자의 몸을 거쳐 관객에게 닿는 동안, 공예는 조각이자 무대이고 이야기가 된다. 태국 그림자극 낭 야이의 가죽 인형. 인형은 왕이나 신이 앉아 있는 장면, 전투, 비행 등 장면의 성격에 따라 형식이 나뉜다. 사진은 '프라 람과 하누만'. 소리의 방에는 캄보디아의 원형 징 세트 ‘콩 봉 톰’, 미얀마의 활 모양 하프 ‘사웅 가욱’, 보르네오의 류트 ‘사페’가 놓였다. 태국과 라오스에서 사용하는 실로폰형 악기 ‘퐁 랑’을 직접 두드려보는 체험도 있다. 나무의 생김새를 눈으로 보고, 손의 힘을 보태고, 돌아오는 울림을 귀로 듣는다 릴게임 가입머니 . 누군가 입고, 메고, 연주하고, 공연하며 지켜온 문화는 그렇게 국경과 세대를 넘어 손끝과 귓가의 경험으로 가까워진다. '마음을 울리다' 섹션 전경. 앞쪽은 캄보디아 전통 합주 핀피트에서 연주하는 원형 공 악기 꽁 봉 톰으로, 낮은 라탄 틀에 크기가 다른 청동 공 16개를 둥글게 매달았다. 연주자는 가운데 앉아 두 개의 채로 두드린다. ◇미식 경험까지… ‘A컬처로드’ 시대 연다 전시는 혀로도 이어진다. 전주 아세안홀은 전주문화재단과 함께 매달 토요일 두 식탁을 차린다. ‘아세안 브런치 박스’는 군산 이성당의 빵에 동티모르 스페셜티 커피를 곁들인다. 아직 국내에 정식 수입이 거의 없는 원두를 센터가 100㎏ 직접 들여와 한국 바리스타가 내린다. “외국인까지 어디서 듣고 찾아와요.” ‘아세안 쿠킹 클래스’에서는 베트남 반쎄오, 라오스식 바게트 ‘카오지’, 태국 팟타이, 인도네시아 나시고렝, 말레이시아 나시르막, 싱가포르 카야 토스트를 매달 한 나라씩 만들고 맛본다. 미식의 도시 전주에서 열리는 아세안의 식탁은 개관 한 달 만에 전국에서 문의 전화가 올 만큼 반응이 뜨겁다. 필리핀의 사라져가는 조개 공예 ‘카피즈(capiz)’를 활용한 공방 체험도 준비 중이다. 얇은 조개껍데기를 창살에 끼워 문풍지처럼 쓰던 것으로, 빛이 통과하면 젖빛 유리처럼 번진다. 이를 한복과 접목한 굿즈, 11개국의 꽃을 현대적 패턴으로 그린 책갈피와 스탬프 투어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르신들이 더 챙겨 가는 기념품이 됐다. 전주 아세안홀은 아세안 문화가 수도권 밖으로 번지는 교두보이자,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전북이 국제 도시로 거듭나는 토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은옥 한-아세안센터 정보자료국장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전주 아세안홀이 지역과 아세안을 잇는 지속 가능한 국제문화교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라며 “아세안의 자연에서 태어나 손으로 완성된 것들이 한국을 거쳐 세계로 나가는 또 하나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옛 실크로드가 비단과 도자기를 실어 동양과 서양을 이었다면, 전주 아세안홀은 이른바 ‘A(아세안)컬처로드’의 첫 역을 자처하는 것이다. dvv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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